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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도자료] 年 28만건 화재·폭발·붕괴 막아라… CSI 엔지니어들 나섰다

  • 2013.01.31

아래의 기사에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권동일 교수님께서
(주)프론틱스의 압입피로시험기를 이용해 금속의 내부 상태를 점검하고 있는 사진이 실려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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年 28만건 화재·폭발·붕괴 막아라… CSI 엔지니어들 나섰다

이영완 기자
입력 : 2013.01.28 03:05

[재난과학의 최전선을 가다] [5·끝] 사고 원인 밝히고 예방하는 첨단 공학
-법의학 뺨치는 법공학 수사력
50m 타워크레인 무너진 사건 열처리 잘못한 볼트 하나가 범인 
비파괴검사로 원인 찾고 예방도
-마천루 불나도 대형 참사 방지
불·연기 유입 막는 장치 달아 화장실·승강기를 안전 지대로
녹아내리지 않는 콘크리트 나와
-서울, 6개 도시 중 재난예방 꼴찌
선진국 기술에 8.4년 뒤진 상황 R&D 예산 획기적으로 늘려야

▲ 서울대 권동일 교수가 탐침으로 금속 표면을 눌러 내부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허영한 기자

화재·폭발·붕괴 등 대규모 인적(人的) 재난을 막기 위해 과학자들이 나섰다. 지진·태풍 등이 자연재해라면 가스 폭발이나 비행기 추락 같은 사고는 인적 재난에 속한다. 과학자들은 공학 지식을 이용해 버스 연료통 폭발과 타워크레인 붕괴의 원인을 찾는 데서부터, 생활 주변의 방사능 유출을 감지하고 대형 화재에서 목숨을 구할 기술 개발까지 담당한다. 범죄 현장에서 범인의 단서를 추적하는 'CSI 과학수사대'처럼 사고로부터 인명을 구하는 'CSI 엔지니어'들이다.

볼트 하나에 50m 타워크레인 붕괴

국내에서는 2001~2010년 연평균 28만건에 가까운 인적 재난이 발생했다. 연간 재산피해는 4889억원. 자연재해의 1조7718억원보다는 작다. 하지만, 인명피해는 37만명이 넘어 자연재해(78명)를 압도한다.

인적 재난 관리의 첫 단계는 사고의 원인을 알아내는 것이다. 서울대 재료공학부 나노역학 및 마이크로 신뢰성 연구실이 바로 그런 일을 한다. 권동일 교수는 연구실에서 새끼손가락 마디 하나쯤 되는 금속 원통에 작은 침을 댔다 떼기를 반복했다.

권 교수는 2010년 10월 서울 합정동에서 일어난 높이 50m 타워크레인 붕괴사고의 원인을 이 실험으로 알아냈다. 크레인 가로·세로축을 연결하는 볼트에 열처리 결함이 있었던 것이다. 권 교수는 "고온에서 모양을 만든 볼트는 찬물에 푹 담그지 않고 물 표면을 스치듯 식혀야 단단하면서도 잘 부러지지 않는다"며 "합정동 타워크레인 붕괴는 그런 열처리를 잘 못한 볼트가 충격에 파손되면서 일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법의학자가 시신에서 범죄의 원인을 찾는다면 우리는 사고의 원인을 찾아 예방책을 제시하는 법공학자"라고 말했다.

권 교수팀은 볼트 열처리 분석을 위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 볼트 일부를 떼 충격을 주는 기존 분석법과 달리 작은 침을 표면에 누르고 휘어지는 정도를 통해 열처리 정도를 알아내는 것. 2007년에도 같은 기종의 타워크레인에서 볼트의 파손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당시에 이 방법으로 분석했다면 2010년 사고 희생자 2명의 목숨을 살릴 수도 있었다고 권 교수는 말했다. 2011년에는 한국법공학회가 발족해 CSI 엔지니어 양성에 나섰다.

기초과학지원연구원도 지난해 재난분석과학연구단을 발족시켰다. 원래 이 연구소는 대형 분석장비를 갖추고 있어 다른 정부 연구소가 의뢰한 실험을 대행해왔다. 이광식 연구단장은 "일본 원전 사고 이후 국민을 재난으로부터 지키는 데 우리의 연구역량을 이용할 방법을 찾았다"며 "식품 방사능 오염, 녹조 원인 분석, 유해물질 누출 분석 등이 핵심 대상"이라고 말했다. 연구단은 기존 연구장비를 활용하는 한편, 휴대용 방사성 물질 분석기도 개발 중이다.

화장실이 고층빌딩 화재 피난처 

인적 재난 가운데 고층건물의 화재 피해가 특히 심각하다. 국내 화재 발생 건수는 2003년 3만1372건에서 2012년 4만3247건으로 10년 새 38% 늘었다. 재산 피해액은 91% 급증했다. 최근 화재가 고층건물이나 지하 아케이드, 공동주택 등 사람들이 많이 몰린 곳에서 주로 일어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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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최근 30년 된 재건축 대상 아파트에 불을 지르는 실험을 했다. 집안은 완전 잿더미가 됐는데 유독 화장실 문만 멀쩡했다. 신현준 초고층빌딩화재연구단장은 "화장실 문 표면에 물을 뿌려 불을 막은 것"이라며 "화장실은 출입문 말고는 모두 불에 타지 않는 재질이고 물도 있어 고층빌딩 화재 시 대피처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단은 불이 나면 화장실 배기구로 밖에서 안으로 공기를 불어넣어 불길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기술과, 화장실용 경량 방화문도 개발했다. 초고층 빌딩에서 화장실을 화재 대피처로 개발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화재가 나면 엘리베이터를 타지 말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다. 엘리베이터에서 바깥쪽으로 바람을 뿜어내 불길과 연기를 막는 '댐퍼(damper)' 기술 덕분이다. 롯데물산이 서울 잠실에 짓는 123층 롯데월드타워의 피난용 승강기 19대는 내부 압력이 바깥보다 높아 연기와 불길을 막는다. 기존 댐퍼는 바람이 한쪽으로 몰려 다른 쪽에서 다시 화염과 연기가 들어오기도 했다. 건설기술연구원은 바람을 모든 방향으로 균일하게 내보내는 '무지향성 댐퍼'를 개발했다.

화재 시 내부 수분이 한꺼번에 팽창해 콘크리트가 터지는 '폭렬(爆裂) 현상'을 막아주는 기술도 나왔다. 9·11 테러 당시 뉴욕 세계무역센터도 폭렬로 콘크리트 안쪽 철골이 불길에 노출돼 녹아내렸다. 건설기술연구원과 한화는 콘크리트 거푸집을 내화재(耐火材)로 만들어 지난해부터 건설현장에 적용했다. 롯데물산은 콘크리트에 고분자 섬유조직을 섞었다. 불이 나면 섬유조직이 녹고, 그 틈으로 수증기가 쉽게 빠져나가 폭렬을 막는다.

'똑똑한 스프링클러'도 등장했다. 고층건물에는 대형 공연장이나 전시장이 많이 들어선다. 이런 곳은 천장이 워낙 높아 스프링클러가 화재를 감지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막상 작동해도 물이 화재지점까지 잘 닿지 않는다. 한국소방기구제작소는 카메라로 화재지점을 자동으로 추적해 그곳에만 물을 쏘는 장비를 개발했다. 불꽃 모양뿐 아니라 적외선, 자외선으로도 화재를 추적한다. 3월에 시제품이 나올 예정이다.

재난연구 예산 정체가 걸림돌

CSI 엔지니어를 활성화하려면 예산 지원이 필수적이다. 2011년 정부의 재난·안전분야 연구개발(R&D) 예산은 1483억원. 국가 전체 R&D 예산의 1%에 그쳤다. 이는 기술 수준 저하로 이어졌다. 2010년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기술수준평가에서 재난재해 분야는 선진국 대비 기술격차가 8.4년으로 평가 분야 중 가장 뒤졌다. 서울시립대가 2008년 조사한 세계 6대 대도시 재난관리 평가에서도 서울은 종합점수 5위로 밀렸다. 그중 R&D투자가 절실한 예방분야는 꼴찌였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 관계자는 "2004년 소방방재청 개청 이후 재난·안전 R&D 예산이 연 9%씩 늘고 있으나, 규모가 작고 국가 전체 R&D 예산 증가 추이에도 못 미쳐 획기적인 확대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권동일 교수는 "사고가 나면 늘 민간 전문가들을 불러 조사단을 만드는데, 미리 연구를 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